민사

바람피운 사람이 먼저 이혼하자고 한다면 — 유책배우자도 이혼할 수 있을까

2026.07.28

바람피운 사람이 먼저 이혼하자고 한다면 — 유책배우자도 이혼할 수 있을까

이혼 상담에서 의외로 자주 나오는 상황이 있습니다. "외도를 한 건 남편(아내)인데, 정작 그 사람이 먼저 이혼하자고 한다"는 하소연이죠. 잘못한 사람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이혼을 요구하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실 겁니다. 과연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사람도 이혼을 청구해 받아낼 수 있을까요. 우리 법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원칙은 "잘못한 사람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이른바 유책주의를 택하고 있습니다. 혼인이 깨진 데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 즉 유책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잘못을 저지른 쪽이 멀쩡한 배우자를 일방적으로 내쫓는 이른바 '축출이혼'을 막고,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죠.

 

재판상 이혼은 민법이 정한 사유가 있어야 청구할 수 있는데(민법 제840조), 대법원은 이 가운데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근거로 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받아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오랫동안 지켜왔습니다. 

 

협의이혼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풀어야 합니다. 유책주의는 어디까지나 '재판상 이혼'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상대 배우자가 이혼에 동의만 한다면, 잘못을 한 사람이든 아니든 협의이혼으로 얼마든지 이혼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상대방이 이혼을 원하지 않아 소송까지 가게 되는 경우입니다. 그때 유책배우자가 낸 이혼 청구를 법원이 받아줄 것이냐가 쟁점이 되는 것이죠.

 

그래도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원칙이 유책주의라고 해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언제나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할 수 있는 경우들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우선 상대 배우자도 사실은 혼인을 유지할 뜻이 없으면서,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인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겉으로는 이혼을 거부하지만 실제로는 혼인을 회복할 의사가 없는 상황이라면, 유책배우자의 청구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죠. 또 유책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와 자녀의 생활을 충분히 보호하고 배려해 이혼으로 인한 고통을 덜어준 경우, 그리고 세월이 오래 흘러 애초의 잘못이 이혼청구를 물리쳐야 할 만큼 크게 남아 있지 않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예외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책임의 무게'와 '상대의 진짜 의사'

 

정리하면, 우리 법은 여전히 잘못한 사람의 이혼청구를 쉽게 허용하지 않지만, 상대방이 실제로는 혼인 유지 의사가 없거나, 세월이 많이 흘렀거나, 남은 가족에 대한 배려가 충분히 이루어졌다면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결국 누가 파탄에 더 큰 책임이 있는지, 상대방에게 정말 혼인을 이어갈 뜻이 있는지가 승패를 가르는 지점입니다. 이런 사정들은 문자·대화 내용, 별거 기간, 그동안의 태도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므로, 소송 전에 관련 정황을 차분히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혼을 청구하는 쪽이든 대응하는 쪽이든, 유책 여부와 파탄의 책임을 두고 다툼이 예상된다면, 대연 법률사무소의 다른 칼럼과 업무사례도 함께 살펴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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