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가볍게 스친 정도인데" — 강제추행은 어디서부터 성립할까

2026.07.29

"가볍게 스친 정도인데" — 강제추행은 어디서부터 성립할까

강제추행 사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반응이 "이 정도 접촉으로 성범죄가 되느냐", "상대가 강하게 저항한 것도 아닌데 성립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 판단 기준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예전처럼 "이 정도는 괜찮겠지" 라고 생각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이 어디서부터 성립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강제추행이란 무엇인가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할 때 성립합니다(형법 제298조). 여기서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행위가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 두 사람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모습과 당시 상황 등을 두루 살펴 판단합니다.

 

2023년, 판단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변화가 여기에 있습니다. 예전에 대법원은 폭행·협박이 추행보다 먼저 그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 그 폭행·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해야 강제추행이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격렬하게 저항했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이 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기준을 폐기했습니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이제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필요가 없고,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낄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게 되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피해자가 놀라거나 무서워서 강하게 저항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강제추행이 부정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처벌의 문턱이 낮아졌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갑자기 만지는 '기습추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예고 없이 순간적으로 신체를 만지는 이른바 기습추행에 대해서는, 그전부터 폭행이 별도로 앞서지 않아도 그 접촉 행위 자체가 폭행에 해당해 강제추행이 성립한다고 보아왔습니다. 이 법리는 지금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폭행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결국 핵심은 그 접촉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었는지에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추행'인가

 

추행이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접촉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부위든, 앞서 본 여러 사정을 종합했을 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접촉이라면 추행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부위는 만진 게 아니니 괜찮다"는 식의 판단은 위험합니다.

 

다만,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모든 신체 접촉이 강제추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강제추행이 성립하려면 추행의 고의가 있어야 하므로, 만원 지하철에서 의도치 않게 부딪힌 것처럼 우연한 접촉이나 사고는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 사건에서는 그 접촉이 고의였는지, 어떤 경위에서 이루어졌는지가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핵심 쟁점이 됩니다.

 

처벌과 대응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이나 취업 제한 같은 부수적인 처분까지 따라올 수 있어 그 부담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특히 성범죄 사건은 초기 진술과 대응이 결과를 크게 좌우하는 만큼,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조사에 임하기 전에 신중하게 대응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하면, 강제추행은 이제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지 못한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을 만큼 판단 기준이 넓어졌고, 갑작스러운 접촉이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반대로 고의가 없었거나 우연한 접촉이었다면 다퉈볼 여지가 있는 만큼, 접촉의 경위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제추행 사건으로 조사를 받게 되셨거나 관련해 고민이 있으시다면, 대연 법률사무소의 다른 칼럼과 업무사례도 함께 살펴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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