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포만 안 하면 괜찮다?" — 불법촬영, 오해가 부르는 처벌
2026.07.29
휴대폰 카메라가 늘 손안에 있는 시대다 보니, 불법촬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찍기만 하고 유포는 안 했다", "상대가 동의해서 찍은 것이다", "그런 부위를 찍은 것도 아니다" 같은 생각이 대표적인데, 법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른바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어디서부터 성립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무엇을 처벌하는 죄인가
성폭력처벌법은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이 죄는 개인이 자신의 신체를 누구에게 어떻게 드러낼지 스스로 정할 권리, 즉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촬영 기기의 종류나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공공장소든 사적인 관계에서든 모두 적용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오해 1 — "촬영에 동의했으니 괜찮다"
찍을 당시 상대방이 동의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습니다. 촬영은 서로 동의했더라도, 이후 상대의 의사에 반하여 그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전시하면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연인 관계일 때 합의하에 촬영한 영상을 헤어진 뒤 앙심을 품고 퍼뜨리는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가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촬영에 대한 동의가 유포에 대한 동의까지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해 2 — "유포 안 하고 내 폰에만 저장했다"
반대의 오해도 있습니다. 유포하지 않고 자기 휴대폰에만 보관했으니 괜찮다는 생각이죠. 그러나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몰래 촬영한 그 순간 이미 범죄가 성립합니다. 유포는 처벌을 더 무겁게 만드는 별개의 사정일 뿐, 유포하지 않았다고 해서 촬영 자체가 문제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오해 3 — "다운받아 보기만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불법촬영물을 직접 찍지 않고 내려받아 소지하거나 시청만 한 경우도 처벌됩니다(같은 조 제4항). 이른바 'n번방' 사건 이후 법이 개정되면서, 이런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하거나 시청한 행위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직접 찍은 게 아니니 상관없다"는 생각은 통하지 않습니다.
오해 4 — "그런 부위를 찍은 것도 아니다"
무엇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인지도 오해가 많습니다. 법원은 이를 특정 신체 부위인지 아닌지로 형식적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촬영한 의도와 경위, 촬영 장소, 각도와 거리, 촬영된 이미지 등을 종합해 판단하죠. 그래서 피해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스스로 드러낸 신체 부분이라 하더라도, 이를 몰래 성적으로 촬영했다면 이 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입니다.
지웠어도, 실패했어도
증거를 없애려 사진을 지웠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지도 않습니다. 이미 촬영한 시점에 범죄가 성립할 뿐 아니라,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삭제된 파일이 복원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몰래 촬영을 시도하다 실패한 경우에도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15조).
벌과 부수 처분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한 성범죄입니다. 게다가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이나 취업 제한 같은 보안처분이 함께 따라올 수 있어, 형벌 이후의 사회생활에도 오랜 제약이 남습니다.
정리하면, 불법촬영은 유포 여부나 동의 여부, 촬영 부위만으로 안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소지·시청까지 폭넓게 처벌됩니다. 반대로 촬영의 의도와 경위가 핵심 요건인 만큼, 억울하게 지목된 경우라면 그 경위를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쪽이든 성범죄 사건은 초기 대응이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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