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준강간죄 성립요건과 처벌 — 술 취한 상태의 관계, 어디까지 문제될까

2026.07.29

준강간죄 성립요건과 처벌 — 술 취한 상태의 관계, 어디까지 문제될까

술자리를 함께한 뒤의 관계가 시간이 지나 준강간 문제로 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유형은 당사자 양쪽 모두에게 혼란스럽습니다. "취한 상태였는데 그게 전부 준강간이냐"고 묻는 쪽도, "취해서 제대로 저항할 수 없었는데 동의로 볼 수 있느냐"고 묻는 쪽도 있죠. 준강간죄가 어떤 경우에 성립하고 어떻게 판단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준강간죄란 무엇인가

 

준강간죄는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상대방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임을 이용해 간음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형법 제299조). 앞에 '준(準)'자가 붙어 가벼운 죄처럼 느껴지지만, 처벌 수위는 일반 강간죄와 똑같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범죄가 아닙니다.

 

성립의 두 축 — '상태'와 '이용'

 

준강간이 성립하려면 두 가지가 함께 인정되어야 합니다. 하나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심신상실은 정신기능의 장애로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항거불능은 심리적·물리적으로 저항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말합니다. 깊은 수면, 약물이나 술로 인한 의식불명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른 하나는 행위자가 그러한 상태를 '이용'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상대방이 취약한 상태였다는 사실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기회로 삼아 성적 행위로 나아갔다는 점까지 인정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술을 마셨다면 무조건 준강간일까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술을 마셨다는 사정만으로 준강간이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당시 음주량, 스스로 걷거나 대화할 수 있었는지, 주변의 목격이나 CCTV·메시지 같은 자료 등을 종합해, 피해자가 정상적인 판단과 대응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는지를 따집니다. 결국 '얼마나 취했는가'가 아니라 '정상적인 판단과 저항이 가능한 상태였는가'가 핵심 기준입니다.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은 다릅니다

 

여기서 실무상 가장 중요한 구분이 등장합니다. 술을 마신 뒤 기억이 나지 않는 이른바 '블랙아웃'과, 의식 자체가 꺼진 '패싱아웃'은 다른 상태입니다. 블랙아웃은 당시 의식이나 행위 능력은 있었더라도 이후 기억만 남지 않는 현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피해자가 걷거나 대화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는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심신상실·항거불능이 아니었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도 안 되며, 사건 전후의 정황을 함께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았더라도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 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같은 듯 보이는 사건도 정황에 따라 결론이 크게 갈립니다.

 

 

취한 상태에서의 '동의'는 유효할까

 

상대방이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저항능력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상태에서 동의했다면 원칙적으로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서 이루어진 '동의'는 유효한 동의로 보기 어렵습니다. 상대가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겉으로 거부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동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처벌과 부수 처분

 

준강간죄는 강간죄와 동일하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처벌됩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과 공개·고지, 취업 제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같은 보안처분이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또 이 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 자체가 면제되는 범죄가 아니어서, 합의만으로 형사처벌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는 형을 정하는 데 중요한 감경 사유로 작용합니다.

 

 

정리하면, 준강간죄는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정상적인 판단과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였는지, 그리고 행위자가 그 상태를 이용했는지가 핵심입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기억의 유무가 아니라 사건 전후의 객관적 정황이 좌우합니다. 그만큼 CCTV, 메시지, 목격 진술 같은 자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므로, 어느 편에 서 있든 초기부터 객관적 자료를 확보해 신중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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