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뒤 연락, 어디까지가 스토킹일까 — 재회·사과 연락의 경계
2026.07.29
스토킹 사건에서 가장 흔한 유형이 헤어진 연인에게 하는 연락입니다. "다시 만나고 싶어서", "마지막으로 사과하려고", "빌려준 돈이나 두고 온 짐 때문에" 연락했을 뿐인데 스토킹으로 고소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별 후의 연락이 어디서부터 스토킹이 되는지, 그 경계를 짚어보겠습니다.
이별 후 연락 자체가 곧 스토킹은 아닙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은, 헤어진 사람에게 연락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스토킹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판단의 기준이 '나의 마음'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사'라는 데 있습니다.
"좋은 뜻으로 연락한 건데" — 정당한 이유가 될까
가장 많은 오해가 여기에 있습니다. "재회하려고", "사과하려고", "돈 문제를 정리하려고"처럼 나름의 이유가 있었으니 정당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가 연락을 명확히 거부한 상황에서, 가해자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아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지 않는 경향입니다. 실제로 합의나 재산 문제로 연락할 필요가 있었다는 주장을 두고도, 상대가 명백히 거절 의사를 밝힌 이상 그 접근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본 판결들이 있습니다. 정말 필요한 용무가 있다면 직접 반복해서 연락하기보다 제3자나 법적 절차를 통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대가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괜찮을까
"상대가 딱히 무서워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는 항변도 통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문제의 행위가 객관적·일반적으로 볼 때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평가된다면, 실제로 상대방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꼈는지와 관계없이 스토킹행위에 해당하고, 그것이 지속·반복되면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3도6411 판결). 즉 상대가 겉으로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가 아니라, 그 행위 자체가 불안을 줄 만한 것이었는지를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는 뜻입니다.
"답장 한 번 했으니 연락해도 되는 것 아닌가"
상대가 한두 번 답장을 하거나 전화를 받았다는 이유로, 연락하지 말라던 의사가 철회된 것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응답만으로 거부 의사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상대가 거부한 뒤에 다른 번호나 SNS, 지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다시 연락을 시도하는 것은 그 집요함 때문에 지속적·반복적 행위로 평가되어 스토킹범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연락뿐 아니라 '찾아가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별 후 상대의 집이나 직장 앞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것, 주변을 서성이는 것 역시 스토킹행위에 해당합니다. 직접 말을 걸지 않았더라도, 나타나는 것 자체가 상대에게 불안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사과하는 것은
한 가지 특히 위험한 것이 있습니다. 법원의 접근금지나 연락금지 잠정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사과만 하겠다"며 이를 어기는 경우입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잠정조치 위반은 정당화되지 않으며, 오히려 형을 크게 무겁게 만드는 사유가 되고 구속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별 후의 연락은 그 자체가 죄는 아니지만, 상대가 거부한 뒤에도 나의 목적을 위해 반복하는 순간 스토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상대방의 거부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고, 부득이한 용무가 있다면 직접 반복 접촉하기보다 제3자나 법적 절차를 통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반대로 헤어진 상대의 계속되는 연락으로 불안을 겪고 계신다면, 거부 의사를 명확히 남기고 기록을 확보해 두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별 후 연락 문제로 스토킹 관련 고민이 있으시다면, 대연 법률사무소의 다른 칼럼과 업무사례도 함께 살펴봐 주세요.